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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아이돌! 한국화가 김현정

글쓴이홍보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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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2-10

조회수2056

세종학당재단 새소식 2022년 2월 제 104호
누리벗 사랑방 한국화의 아이돌! 한국화가 김현정

냉장고 앞에 앉아 피자를 먹고,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당구를 치는 사람.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인듯하지만 모두 고운 한복을 차려 입은 여성이라 눈길이 가는 그림이 있다. 심지어 한국의 전통적인 그림인 한국화로 그려졌다. 이 그림들을 그린 한국화가 김현정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전 세계 세종학당 학습자들에게 ‘한국화가 김현정’에 대한 소개와 자랑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화의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한국화가 김현정입니다. 시선과 통념에 대한 고백적 자화상인 ‘내숭 시리즈’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내숭’을 사전에서 찾으면 ‘겉으로는 순한 체 하나 속으로는 엉큼함’이라고 나와있어요. 나의 모자란 부분은 감추고 싶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누구나 있잖아요. 저도 외부의 평가 통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이 시선에 대한 일탈 그리고 고백적 자화상이 바로 ‘내숭이야기’입니다.

기법적으로는 전통 수묵담채화에 서양화의 콜라주를 더한 새로운 화법을 만들어 작업하고 있어요. 한지 콜라주로 한복 저고리 특유의 서걱거리는 질감을 입체적으로 살리고자 하였고, 수묵으로 한복 치마를 그려 투명함을 담았습니다. 담채로는 인물과 소품을 그립니다. 동양 그리고 동양화의 전통적 미의 요소를 살리면서도 동시대에서 편하게 향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선화예중·고, 서울대 동양학과, 대학원까지 쭉 미술을 하셨는데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건 언제부터였는지, 한국화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 많은 그림 분야 중 한국화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아주 어릴 때 친언니를 따라 그림을 그린 게 시작이었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웠고 차례로 예중∙예고를 졸업했는데요. 예고 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 재료를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서 다양한 전공을 접해보았고 가장 저에게 동양화, 그 중에서도 한국화가 가장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켰어요. 화선지로 스며드는 맑고 깊은 먹 번짐과 그 위로 내려 앉는 청량한 색감이 이루는 조화가 준 신선한 충격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더욱이 그 무렵 읽었던 오주석 선생님의 ‘한국의 미 특강’ 이라는 책 또한 저의 결심을 확고히 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선조들의 여러 작품 중 특히 저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작품을 좋아하는데요. 풍속화에 담긴 진솔함과 위트, 화면구성의 센스와 용필능력 등은 한국화의 경지와 멋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힘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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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뉴욕, 홍콩, 북경, 베를린 등 해외 전시도 자주 하셨습니다. 외국에서는 작가님을 통해 한국화를 처음 접하는 분도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 관람객들의 반응이 어땠나요?

우리에게 있어 타코나 케밥을 먹고 라씨를 마시는 일이 하나의 유의미한 경험거리가 되는 것처럼, 외국인들에게는 젓가락질을 해서 김치를 먹어보는 것이 한국 문화를 접하는 독특한 경험일 거라고 생각해요. 독일 전시뿐만 아니라 홍콩의 전시에서도 우리에게 일상적인 것들이 외국인들에게는 설명이 필요한 새로운 것임을 실감했고,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관객들에게는 한복이 어떤 옷인가, 한지와 먹이 무엇인가, 그리고 내숭이라는 말이 어떤 말인가에 관한 설명이 필요했는데요. 그만큼 우리 문화와 그림이 그들에게 낯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낯섦에도 불구하고 저의 작품을 신기해하면서 재미있게 봐주셨어요. 이를 보면서 우리 한국화가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엿보았습니다. 저의 ‘내숭’을 좀 더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발전시켜서 언젠가는 해외에서 또 다른 개인전을 열어보고 싶어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각종 누리소통망(SNS)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고 팔로워도 20만 명입니다. 조폐공사, 신용카드, 제과 등 협업도 많이 하시는데요. 흔히 화가라면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시는 작가님의 뜻이 있을 것 같아요. 무엇일까요?

제가 SNS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이유도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와 새로운 기술을 늘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은 모두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야기 하잖아요. 예술분야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구글의 AI화가 딥 드림이 그린 그림이 1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고요. AI프로젝트인 ‘넥스트 렘브란트’는 렘브란트 특유의 화풍을 구도, 색채, 유화질감까지 모방하여 재현해 냈습니다. 죽은 화가의 화풍을 살려내는 게 가능해졌죠.

시대적인 변화를 외면하기보다는 발 맞춰서 또는 한발 앞서서 이 기술들을 잘 활용하여 재미있는 작업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처럼 말이죠. 고화를 디지털화한 전시들도 무척 흥미로웠고, 우연한 기회로 제 작품의 내숭녀들을 3D PRINT로 작업한 경험이 있는데 정말 재미있고 새로웠습니다. 무엇이든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즐겁지 않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재빠르게 변화하고 그 변화를 즉각 반영하는 한국에서 태어난 걸 행운이라 생각해요. 한국의 창작 분야는 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고, 저는 가능한 이 모든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려 노력할 거예요.

그리고 창작자들이 함께 성장하려면 다양한 전공을 가진 예술가들의 교류가 필요합니다. 저 또한 H&A CENTER라는 김현정 아트 크리에이티브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영화, 섬유예술, 사회과학, 이공계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연구원분들과 함께 아이디어 구상에서 콘텐츠 제작까지 하다 보니 강연이나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효과적인 결과가 나오거든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지식공동체의 힘이 콘텐츠 산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활동영역을 넓혀 예술이 사회 전반에 골고루 이바지할 수 있도록 신나게 도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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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BTS 한국화 초상화를 공개하셨어요. 작업을 하겠다고 생각하신 이유와 공개 이후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현대에 와서 잘 입지 않아 전통적이고 아름다운 한복이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요. 지금의 한복은 서양의 드레스 못지않게 색감도 자연적이고 아름답게 시중에 많이 나와있는 걸 볼 수 있잖아요. 또한 한국적인 요소들이 자수로 놓여있고, 액세서리들과 함께 한복을 더 아름답게 표현해 주고 있어 저 역시 한복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저로 인해서 한복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고, 친숙하게 다가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우리의 전통을 요즘 한류의 힘과 결합해 한류를 넓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BTS 한국화 초상화의 반응으로는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통해 신선하고 새롭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또한 판타지를 충족해주는 효과도 있었으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세종학당재단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세종학당이 하는 일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세종학당재단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을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고 교류하는 재단으로 알고 있어요. 한국화를 통해 세계에 우리 한국의 미술을 알리는 화가로서 세종학당재단은 우리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세종학당을 통해 국악을 알게 되어서 민요를 전공한 분도 계세요. 해외에서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이 생겨 공부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배울 곳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으시는데요. 한국화를 그리고 싶어하는 해외 학습자들에게 전할 조언이 있을까요?

우선 한국화를 많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림에 대해서 마음의 눈과 귀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의 눈과 귀를 열기 위해 노력하시라는 것도요. 때로 한국화가 주는 시각적인 멋, 혹은 감성적인 맛 그 자체를 즐기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겠지만 한국화의 역사, 기법, 재료의 특징들을 알고 보시면 훨씬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화, 동양화는 오른쪽 위에서부터 왼쪽 아래로 시선을 옮겨가며 감상한다는 기본적인 감상원리를 알고 보시는 것과 모르고 보시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책이나 강연, 동영상 등을 통해서 따로 공부를 하신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전시에 가실 때에 전시에 관한 설명이 제공되는 도슨트 진행 시간에 맞춰서 가시기를 추천합니다. 도슨트 설명을 들으면서 한국화를 감상하면, 그 재미와 멋을 몇 배 더 크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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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도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작가님은 오히려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현재 구상하고 계신 작품이나 활동이 있을까요? 작가님이 2022년에 하시고 싶은 일은 뭔가요?

어떤 소재를 그릴지는 계속 열어놓고 있습니다. 작업에 관한 저의 지향점을 말씀드리자면, 머리로 그리는 그림이 아닌, 가슴으로 그리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이는 솔직한 작업을 의미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작업을 이어 나가면서, 더 솔직하고 가슴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경지’에 오르는 것이 화가로서의 궁극적인 꿈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몸담고 있는 김현정아트센터의 사업적 성과와 맞물리는 이야기인데요. 국제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화가이자 한국화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대중 앞에 널리 알리는 ‘문화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요즘 한류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무비 등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고 세계인들이 많이 향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에는 손재주가 좋은 나라로 유명한데, 왜 세계적인 아티스트에는 생각보다 한국 사람이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의문을 통해 현재의 한국의 미술시장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또한 저도 한류를 넓히는 데에 이바지한다면 좋은 결과를 이루어 내지 않을까요? 저는 2017년도에는 미국 최대 경제잡지 포브스에서 선정한 아시아에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되었거든요. 이 계기를 통해 케이아트, 한국화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과 더욱 작품에 매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세부적인 계획으로는 한국화의 아르누보를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르누보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저의 한국화와 융합하여 색다른 작품을 완성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2022년의 첫 초대전이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올해 1월 28일부터 2월 20일까지 진행되니까 많은 관심 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전 세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부하고 있는 학습자들에게 응원의 말씀을 전해주신다면요?

한 화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천재 화가 ‘피카소’인데요. 피카소는 물론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엄청난 노력파’라고 생각합니다. 피카소는 세계적으로도 다작(多作)을 한 작가로 유명합니다. 제가 피카소의 작업일 수와 작업량을 계산해 보았더니, 2.2일에 1개의 작업을 완성하였더라고요. 사실 이 작업량은 엄청난 것입니다. 보통 미술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라면 1년에 5-6작업을 완성하기도 빠듯하지요. 이처럼 세계의 천재로 알려진 피카소도 이렇게 노력을 하며 작업을 한 것처럼 많은 시간을 투자해 즐기며 공부하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간절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한다면 늘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누구나 말하는 평범한 메시지이기도 해요. 어려운 시기는 늘 다가오지만 그때마다 자신의 꿈과 기억하며 매 순간을 이겨내다 보면 좋은 순간이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세종학당 여러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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