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교원 우수 사례 공모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자 딜바르 교원과의 만남
주카자흐스탄한국문화원 세종학당 교원 바이마간베토바 딜바르 님이 ‘2024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교원 우수 사례 공모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외국인 최초 수상이자 세종학당 학습자에서
우수 교원으로 성장한 만큼 그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딜바르 교원에게 수상 소감과 교원으로의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바이마간베토바 딜바르 님, 안녕하세요? 먼저 <월간똑똑>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주카자흐스탄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학습자로 시작해 현재는 한국어 교원이 된 바이마간베토바 딜바르입니다. 저는 2014년에 유라시아국립대학교에 다녔는데요. 대학교에 입학했을 당시 제 전공은
한국어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1학년 1학기 때 학교에서 세종학당 선생님들이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그때는 세종학당의 존재나 한국어에 대해서도 잘 모를
때였어요.
그런데 첫 수업에서 저는 한국어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고, 전공까지 한국어로 바꾸게 됐습니다. 대학교 입학 후에 전공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방학 기간을 활용해서 부족한 학습량을 채우고,
꾸준히 성실하게 공부해 2021년 유라시아국립대학교 동양학부 한국학과 석사 과정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국학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처음부터 한국어 교원으로 진로를 생각하신 건가요? 세종학당의 한국어 교원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공을 바꾸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한국어 교원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막연하게 카자흐스탄에 있는 한국계 회사에 취업하거나 대사관에서 근무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2018년에는 학사과정을 마치고 잠시 한국계 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한국어 말하기 실력이나 고급 어휘에 대한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2019년 주카자흐스탄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 김미정 선생님이 오셨는데요. 선생님의 모습이 첫 수업부터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업은 딱딱하고 지루하잖아요. 너무 어려운 수업은
졸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김미정 선생님의 수업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어려운 부분도 마법처럼 쉽게 설명해주시고, 동기부여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주카자흐스탄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는 세종한국어6A반 과정까지
마치면 더 이상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없어서 대부분 이 과정을 마친 학습자들은 한국어를 더 이상 배우지는 못하고 개인적으로 토픽(TOPIK)을 준비해서 시험을 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6A반 과정을
마친 학습자들을 위해 새로운 특별반 수업을 진행해주셨어요. 빈 교실이 없는 날에는 카페에서 몇 시간씩 공부를 하기도 했죠. 저희 반 학습자들이 한국어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주말마다 추가 수업도
해주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그 당시 같이 공부했던 학습자들 대부분 한국의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마 그때부터 했던 것 같습니다. 김미정 선생님처럼 어려운 부분도 쉽게 설명해주고 한국문화 등을 알려주며 재밌게 수업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저도
학생들 곁에서 끝까지 함께해주며 도움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겼던 것 같아요.
주카자흐스탄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학습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딜바르 교원의 모습
교원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그래도 실제 한국어 교원이 되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세종학당 한국어 교원으로 취업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그 과정에서 특별히 노력하신 부분이
있을까요?
2019년 9월부터 주카자흐스탄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한국어 교원으로 근무를 시작했으니 벌써 약 4년이 되어가네요. 당시에 저는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회사에 매일 출근하는 건 아니었고, 한국 직원분이 오실 때마다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다가 주카자흐스탄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현지 교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고, 바로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처음
한국어 공부를 시작할 때처럼 초급 문법부터 다시 외우며 공부했고, 면접 전날은 밤새도록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어 공부는 절대 쉽지 않습니다. 한국의 문화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해야 비로소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거든요. 교원이 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로 토픽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어 교원 자격에 응시할 수 있는 6급에 합격하기까지 몇 번이나 떨어졌어요. 하루에 100단어씩, 일주일에 문법 3개씩 달달 외웠는데도 토픽 점수가 잘 오르지 않았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어서 정말 답답했어요. 그러던 중에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다 같이 김미정 선생님과 주말마다 만나 공부하면서 서서히 실력이 늘어 마침내 토픽 6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24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교원 우수사례 공모전에서는 최우수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수상자로 발표됐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장려상조차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메일을 확인할 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상자 명단에, 그것도 최우수상 명단에 제 이름이 적혀 있어서 너무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믿을 수 없어서 명단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 봤습니다. 너무 기뻐서 소리칠 뻔했죠.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납니다. 살면서 상을 받은 적이 많지 않은데,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는다고 하니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먼저 부모님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고, 다양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신 주카자흐스탄한국문화원 세종학당장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2024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교원 우수사례 공모전 시상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딜바르 교원
어떤 내용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의 영광을 거머쥐셨는지 수상 내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의 교수법 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세종학당 수업을 들으며 저도 어려운 문법이나 어휘를 쉽게 전달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교수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예전에 김미정 선생님께서는 수업 중에 책에 나오지 않는 한국의 생활에 대한 영상이나 뉴스를 자주 보여주셨는데요. 그런데 제가 가르치는 학습자들은 초급인 경우가 많아서 더 흥미롭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수업에 ‘게임교수법’을 도입하게 됐어요.
이번 공모전에서는 실제 수업에서 어떤 게임이 무엇을 배울 때 도움이 되는지를 정리해서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어,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이름표 뜯기 게임이나 단어 카드를 활용한 미션 수행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단어 카드를 활용할 때는 3~4명으로 그룹을 구성해 각기 다른 미션을 수행하도록 준비해서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게임을 통해 한국어를 가르치면 학생들도 한국어를 두려워하지 않고, 부담 없이 즐겁게 배울 수 있습니다.
게임교수법을 적용한 후 학습자들의 수업 분위기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학습자들 출석률이 확실히 높아졌고, 어휘력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게임교수법을 적용하기 전에는 학생들이 수업 중에 많이 졸기도 하고 지루해했거든요. 물론 지금도 가끔씩 졸려 할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저는
잠을 깨울 만한 짧은 게임을 도입합니다. 그러면 학습자들은 바로 활발해지죠. 이런 시간을 통해 교원과 학습자 사이의 거리가 보다 가까워지고 끈끈해지는 것 같아요. 학습자들도 수업 시간에 하는 게임을
통해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공부하는 것 같습니다.
딜바르 교원이 ‘2024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서 공모전 우수사례로 선정된 <게임교수법>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딜바르 님은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원으로 일하면서 어느 때 보람을 느끼시나요?
한글을 전혀 모르던 학생들도 세종학당에서 한 학기만 공부하면 어느 정도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어를 읽고 쓸 수 있고,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연예인의 말을 조금씩 알아들을 수 있게 되면서
정말 기뻐합니다. 그때 학생들의 행복한 눈빛을 보면 정말 큰 보람이 느껴지곤 합니다.
또 세종학당에서 주최하는 한국어 말하기·쓰기 대회는 학생들에게 큰 학습 동기가 됩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저도 학생들이 꿈을 이루는 과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집니다.
딜바르 님에게 세종학당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세종학당은 제가 한국어를 처음 배우게 된 곳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2019년 세종학당 한국어 교원이 되기까지 저는 계속 주카자흐스탄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 다녔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경험을 하며
성장했습니다. 또한 세종학당에서 감사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태도로 이야기하고 존중해주시는지 알게 됐습니다. 선생님들을 통해 학생들이 한국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
수업 시간 외에도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쓸 각오를 해야 하는지도 배웠어요. 그런 의미에서 세종학당은 저에게 ‘선생님’ 같은 존재입니다. 제 인생을 몇 번이나 바꿔 버린 기적을 만들어 준 장소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제가 다니는 대학교에 세종학당 수업이 열리지 않았다면, 전공을 한국학으로 바꾸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2019년, 세종학당에서 멋진 선생님을 못 만났다면, 한국어를 계속 공부해서
한국어 교원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딜바르 님이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 학생들에게 지금보다 더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또 한국어를 더욱 재밌게 가르칠 수 있는 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권위만 있는, 다가가기 힘든 선생님이 아니라
능력이 있어서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꿈을 포기하고 멈추려고 할 때, 말로만 “열심히하면 된다”라고 하는 것보다 같이 손을 잡고 걸어 나가는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