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종학당 한국어 쓰기 대회 대상 수상자
아비요로바 나피사 님과의 만남
지난 5월부터 전 세계 세종학당 학습자 1,613명이 참가했던 ‘2024 세종학당 한국어 쓰기 대회’의 결선이 지난 10월 7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최종 9명의 우수학습자가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쓰기 실력을 겨뤘고 명예의 대상은 타지키스탄 두샨베1 세종학당의 아비요로바 나피사 님이 차지했습니다. 한국 의과대학원 진학과 산부인과 전문의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는 나피사 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아비요로바 나피사 님! 반갑습니다. 2024 세종학당 한국어 쓰기 대회에서 수상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타지키스탄 두샨베에 사는 스물두 살 아비요로바 나피사입니다. 현재 타지키스탄 국립의과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예과 6학년입니다. 한국어를 배운 지는 이제 4년쯤 됐는데, 지금도 두샨베1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나피사 님이 처음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2017년 겨울 방학 때였어요. 집에 혼자 있다가 우연히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됐는데, 그때 봤던 드라마가 ❬상속자들❭이었어요. 그때는 ❬상속자들❭이 한국 드라마인지도 몰랐는데, 보면서 내용이 점점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타지키스탄에서는 대부분 타지크어나 러시아어로 번역된 드라마를 보는데요. 언제부터인가 한국 드라마를 번역된 형태가 아닌,
한국어로 직접 듣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한국어 학습 방법 중에서 두샨베1 세종학당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한국어를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한국어를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많이 물어보고 다녔는데요. 한 친구가
두샨베에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곳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그렇게 찾아가게 된 곳이 두샨베1 세종학당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두샨베1 세종학당에 갔을 때만 해도 두샨베에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세종학당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두샨베 여러 곳에 한국어 교육기관이 생겼죠. 그런데도 저는 두샨베1 세종학당을
선택했습니다. 한국인 선생님과 현지 선생님들의 단계별 교육이 제게 제일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두샨베1 세종학당을 선택하게 됐던 것 같아요.
(왼쪽부터) 두샨베1 세종학당에서 책을 보고 공부하고 있는 나피사 님의 모습
나피사 님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데 두샨베1 세종학당은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처음 한국어를 배우러 세종학당에 갔을 때 낯설고 어색해서 걱정이 많았지만, 두샨베1 세종학당에는 한국인 선생님뿐만 아니라 타지키스탄 선생님도 계셔서 어색함을 조금 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급반에서
타지키스탄 선생님이 쉽게 가르쳐 주시는 한국어를 재밌게 배울 수 있었거든요. 첫 수업을 재밌게 시작했더니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더 커졌고,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 지금은 ‘세종한국어7’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단계가 올라가면서 어려워지는 부분도 많지만 그만큼 제 실력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보람이 더 큽니다. 또한 한국어를 공부할 때마다 어려운 점이 많이 있었는데
세종학당 선생님들께서 그때마다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종학당에서 한국문화에 대해 배우는 시간도 너무 좋았어요. 한국 전통춤도 배웠고, 다양한 한국 음식도 만들어봤죠. 이렇게 책만 보는 수업이 아닌, 다양한 수업이 있다 보니 지루해지지 않고 매번 새로운
재미를 느끼면서 공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세종학당 덕분에 한국어에 흥미와 관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거죠.
의과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굳이 외국어인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한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는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학교를 졸업하면 한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쉽게 허락해 주지 않으셨고, 의대에 먼저 진학하게 됐죠.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잠시 쉴 수밖에
없었지만, 오래전부터 가져왔던 한국어에 대한 저의 관심과 열정은 사라지지 않고 제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한국 의과대학원에 진학해서 산부인과를 전공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타지키스탄에서 여성들의 출산율은 매우 높지만, 시골에 있는 여성들의 경우 산부인과 관련 의료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타지키스탄의 의사 대부분이 두샨베, 후잔드, 보흐타르 같은
큰 도시 병원에서 일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시골 지역의 병원들은 의사들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저는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그래서 한국에서 공부한 후에 고향으로 돌아와 산부인과 병원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골의 여성들을 돕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이런 꿈이 생기면서 한국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열심히 붙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한국어로 저의 꿈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한국어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한국에서
공부하게 되면 한국의 다양한 의료기기 사용법을 꼭 배우고 싶은데요. 한국에서 배운 다양한 의료기기 사용법을 타지키스탄의 의사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습니다.
타지키스탄 국립 의과대학교에 재학 중인 나피사 님(가운데)
이번 ‘2024 세종학당 한국어 쓰기 대회’에는 어떤 마음으로 참가했나요? 대상을 수상한 소감도 궁금합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저에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대학 공부와 병행해야 해서 한국어를 공부할 시간을 많이 낼 수 없기도 했지만, 한국어가 저에게는 어렵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두샨베1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쓰기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1등을 한 학생은 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대회에 꼭 참가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준비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가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꼭 한국에 가는 기회를 얻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상 수상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 쓰기 대회에서 제가 대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대는 했지만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잖아요. 대회장에서 대상 수상자로
‘두샨베1 세종학당 나피사’라는 이름이 불렸을 때 정말 많이 놀랐죠. 전 세계 세종학당에서 쓰기 대회에 참가한 1,613명 가운데 제가 대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지금도 생각하면 떨리고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그래서 상을 받고 내려왔을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면서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한 마음에 세종학당 선생님들께 바로 연락드렸죠. 선생님들도 너무 기뻐하시면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어요. 또 대회에서 만나 사귀게 됐던 다른 나라의 친구들도 저를 진심으로 축하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어머니께도 영상통화로 수상 소식을 알려드렸더니 어머니도 많이 우셨어요. 이 눈물은 행복한
눈물이었죠. 무엇보다 한국에 가서 공부할 기회를 얻은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제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아요. 빨리 다시 한국에 가고
싶어요.
‘2024 세종학당 한국어 쓰기 대회’ 결선에 참여한 아비요로바 나피사 님(왼쪽 첫 번째)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한국어 작문 실력을 쌓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나피사 님만의 공부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도 맞춤법, 띄어쓰기가 헷갈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의 구성과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제
감정을 읽는 사람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글 속에서 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죠. 그래서 세종학당에서 수업할 때 쓰기 과제를 받으면 제 생각을 솔직히 표현해서
쓰고, 제가 쓴 글을 선생님께 보여드렸어요. 그러면 선생님이 제 글의 잘못된 표현과 맞춤법 등을 자세히 고쳐주셨죠. 그러면 저는 제가 틀린 부분을 다시 틀리지 않도록 반복해서 쓰고 외웠습니다.
특히, 저는 존칭법 구분이 어려운데 선생님께서 말할 때나 쓰기를 할 때 이 점을 계속 지적해 주시고 고쳐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아요. 많이 듣고, 읽고, 쓰는 게
저의 공부 방법이에요. 그중 가장 최고의 공부 방법은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2024 세종학당 우수학습자 초청 연수’ 일정 중 남산타워, 롯데월드를 방문한 모습
대상 수상 혜택으로 나피사 님은 내년에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게 될 텐데요. 특별히 기대되는 점이 있나요? 한국에 유학와서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내년에 한국에 가게 되면 야경이 아름다운 곳을 더 많이 찾아다녀 보고 싶어요.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른 유명한 야경이 있는 곳들도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세종학당에서 한국문화 수업 때 먹어본
삼계탕을 제일 먼저 먹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또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게 되면 가장 중요한 일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일 텐데, 한국문화에 대한 공부도 같이 하고 싶습니다. 세종학당 선생님께서 “언어를 잘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도 잘
알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세종학당에서도 한국문화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 직접 느끼고 배우는 건 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내년에 어학연수를 가면 한국어 공부와 더불어
박물관이나 역사 유적지, 그리고 음식 문화 탐방 같은 것을 다니며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한국을 잘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한국에 가는 날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올해 대상 수상자로서 한국어 쓰기 대회를 준비하는 세계 곳곳의 세종학당 학습자들에게 조언이나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 세계 세종학당 친구들에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면서도 항상 자신을 믿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 것을 믿고 끝까지 노력하자는 거예요. 저는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노력 없이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읽고, 쓰고, 말하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세종학당에서 배운 방법이에요. 저의 작은 경험이 세계의 세종학당 친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