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이은혜 님과의 만남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 사업은 재단이 국내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 중인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원이 되기 전, 각국 세종학당에 파견해 한국어 교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지난 9월 베트남 하노이1 세종학당에서 예비교원으로 활동한 이은혜 님을 만나 한국어 교원으로서 배움과 성장을 이룬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은혜 님! 반갑습니다. 먼저 ❬월간똑똑❭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4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 사업에 참여해 4주간 하노이1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원 실습을 마치고 돌아온 이은혜입니다. 저는 가톨릭대학교에서 영문학과 국문학을
전공하고 가톨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아직 논문이 통과되지 않아서 교원자격증은 없고, 석사를 수료한 상태입니다.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 지원 사업’에 지원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동기가 있을까요? 이전에 한국어 교육을 해보신 경험도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 논문 통과가 장기간 난항을 겪으면서 많이 위축되고 심적으로 지친 상태였어요. 이때 가톨릭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 학생들이 참여한 채팅방에서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 지원 사업 참여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됐고, 바로 지원했습니다. 교원자격증이 없는 예비교원이 해외 학당에서 실습할 수 있는 것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현지 경험을 통해 한국어교육의 논문 방향도 점검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실제로 한국어 교육을 해 본 경험은 없지만, 온라인으로 외국인과 짝을 이뤄 상대 국가의 언어를 서로 알려주고 배웠던 경험은 있습니다. 약 7개월 정도 프랑스 학생에게 한국어를 알려주고, 저는
프랑스어를 배우는 방식이었어요. 교육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비슷한 경험은 해봤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언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예비교원 실습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은혜 님
세종학당 예비교원으로 선발된 후, 파견을 준비할 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경우, 희망 파견지가 아닌 재단이 지정해 준 세종학당에 다녀왔습니다. 베트남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없어 낯설기도 했지만, 재단이 준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곳에서
분명히 배울 점이 있다고 판단했고, 동남아시아와 베트남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단일 배경의 학습자를 대상으로 교원 실습을 알차게 해보자고 다짐했었습니다.
하노이1 세종학당에 예비교원으로 파견된 이후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실습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하노이1 세종학당에서는 수업부터 성취도 평가까지 주차별 실습 계획에 따라 한 학기 과정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어요. 수업 참관, 실습, 문화 수업 공개, 정리 및 평가, 성취도 시험, 수료식까지 모두
참여했죠.
실습 진행은 오프라인 수업을 전제로 했지만 상황에 따라 온라인으로 전환되기도 했는데요. 저는 세종학당 수업에서 세종한국어 1B·2B의 본교재, 익힘책, 더하기 활동 3가지 교재를 사용했습니다. 온라인
실습 때는 학습자들의 반응을 관찰하기 쉽지 않았고, 한국어만 사용하는 수업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학 수업의 특성상, 문법 설명 후 학습자가 문법을 활용해 충분히 말할 기회를 주고 나면 교재에 나오는
활동을 하지 못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실습에서는 학습자들과 직접 눈을 맞추고 소통하면서 문법 설명뿐만 아니라 교재의 모든 활동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의 장단점을 직접 경험해보며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한국문화 수업으로 파견 전 사전 교육 때 배운 자개 공예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고, 학생들이 성취도 평가를 할 때는 대기실과 시험장 공간에서 시험의 전후 과정을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성취도 평가는
말하기 5~10분, 듣기 25분, 읽기 25분, 쓰기 30분으로 진행됐는데, 이 과정을 모두 참관하면서 학습자 개인의 한국어 습득 정도에 따라 교수법을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국어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습자, 말을 더듬는 학습자, 문법이 어려운 학습자 등 사례마다 어떤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어요.
예비교원 실습 기간 중, 하노이1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 이은혜 님의 모습
4주간 실습을 진행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특히, 예비교원으로서 본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문화 수업에서 자개 공예로 휴대폰 그립톡을 만들었는데요. 40~50명 학습자의 흥미를 유도하면서 신나게 함께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수업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면서 현장에서 ‘한국어 수업’에 관한
설문조사 양식을 만들어 진행했어요. 수업 시간이 남아서 갑작스럽게 진행하게 된 것이었지만, 설문을 통해 한국어 설명에 대한 이해 정도, 강의 주제에 대한 만족도, 한국문화 경험, 체험하고 싶은 한국문화
활동에 관한 학습자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베트남어를 모르는 저를 위해 고급반 학습자가 도우미를 자청해서 설문 내용을 베트남어로 번역해 한국어와 함께 적어 줬어요. 또
학습자들이 설문지에 한국어로 삐뚤빼뚤 “선생님 귀엽네” 또는 “고맙다”라는 말을 남겨 놓아서 고맙고 뿌듯했습니다. 하노이1 세종학당에서의 실습 과정마다 한국어를 매개로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대를 만드는
수업이 얼마나 중요한 지 배우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은혜 님이 진행한 한국문화 수업, ‘자개 공예로 휴대폰 그립톡 만들기’
은혜 님은 하노이1 세종학당의 한국어 교육 현장을 실제로 참관하시기도 하셨는데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한국어 교육은 은혜 님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나요?
베트남의 문화가 한국문화랑 많이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가족 중심 문화나 이웃과의 친밀한 소통 방식, 불교적인 색채가 있는 걸 보면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베트남에서는 케이팝, 한국 드라마
등 한국문화가 대중화되어 미디어에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있었는데요. 한국문화에 친숙해진 만큼 베트남 학습자들은 한국어를 배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한국어 수업에 대한
기대도 커 보였고요.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경험 덕분에 앞으로 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교원으로서 파견 지역이 어디든 역사적, 문화적 공부가 필수적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학습자들과
함께할 한국 놀이 문화에 대한 교수법에도 관심이 많아졌고요.
현지에서 지도해 주신 이민석 지도교원과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실습 기간에 지도교원으로부터 받은 조언이나 배움이 있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노이1 세종학당에서 이민석 지도교원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베트남 현지의 날것 그대로의 문화와 일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정말 세심하게 배려해 주셨어요. 4주라는 짧은 기간에도 숙소, 현지 경제
상황, 생활 물가, 문화적 체험, 대중교통, 음식 등 하나도 놓치지 않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셨죠. 또한 베트남에서 이민석 선생님이 한국어 교육을 하시면서 쌓은 노하우에 대해 최대한
많이 알려주려고 하셨고, 한국어 교원 선배로서 발전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생각만으로 준비한 한국어 교육이 아닌, 교육 기준을 지키면서도 베트남 현지의 생생한 문화를 통해 학습자들과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 이민석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은혜 님은 현지 실습을 마친 후 한국에 돌아와 ‘2025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 설명회’에서 우수활동자로서 실습 사례를 발표해 주셨습니다. 이번 실습 경험을 바탕으로 예비교원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관심이 있다면, 일단 도전하세요.”라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지원한 뒤 사전 교육까지 받았지만, 최종 면접 당일까지 고민했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이게 최선일까? 옳은 결정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희망하던 파견지에서는 떨어졌지만, 뜻밖의 기회가 주어졌고, 저는 그 기회를 잡았습니다. 도전하는 순간부터 나의 변화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내게 크고 작은 일이 일어납니다.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도전하는 것에 너무 겁먹지 말고,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도전하고 나면 분명 배움도 있고, 어느 날 문득 내 길이 좀 더 밝아 보이는
순간을 만나게 되니까요.
‘2025 세종학당 한국어 예비교원 국외 실습 설명회’에서 활동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앞으로 은혜 님은 어떤 한국어 교원이 되고 싶으신가요? 이번 실습 경험이 향후 한국어 교원으로서의 방향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지에 파견되어 한국어를 가르쳐보는 세종학당의 국외 실습 경험은 색다르고 특별했습니다. 실습 과정 마다 한국어 교원으로서 교육 가치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교수법에 관한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교육방식이 아닌 학습자의 문화적 배경과 생활양식에 밀착된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고 싶어졌죠. 저는 석사 논문이 통과되면, 다시 세종학당 파견교원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 파견되든 현지 문화를 체득하고, 학습자 입장을 공감할 줄 아는 포용력이 큰 한국어 교원이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