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종학당재단의 상징(CI), 디자인에 담긴 이야기
안그라픽스 오진경 대표
세종학당재단의 CI(Corporate Identity)와 BI(Brand Identity)가 새롭게 개선됐습니다. 재단의 정체성과 비전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이번 작업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요? 재단
상징물 디자인 개선 작업을 맡은 안그라픽스의 오진경 대표를 만나 새로운 디자인에 담긴 의미와 디자인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오진경 대표님. 먼저, 이번에 세종학당재단의 기관 상징 및 상징 서체 조합 개선 작업을 맡았던 안그라픽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안그라픽스는 1985년 설립된 후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래픽디자인 전문 회사입니다. 안상수체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글꼴 연구자이자 작가인 안상수가 설립했으며, 창립
이래 줄곧 한글을 중심에 둔 철학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글 타이포그라피의 예술적 확장성을 실험하고 세계적으로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판과 글꼴 개발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과 함께
디지털 매체과 인쇄물을 넘나들며 다양한 시각디자인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이번 개선 작업 배경은 무엇이고, 작업 중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요?
기존의 세종학당 로고는 상징물의 본질인 고유성 측면에서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내 타 기관과 비교하거나 유수의 국제적인 기관들과 견주어 보더라도 심미성과 독자성 면에서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아이덴티티(Identity)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지요. 다행히 작업 초반에 한글 자음으로 구성된 상징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으로 결정이 나는 바람에
한시름 놓은 기억이 납니다. 한편으로 상징을 그대로 두고 로고타이프만 교체했을 때 과연 새로운 인상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개정안의 첫 번째 미션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아이덴티티의 가독성을 높이는 것, 그리고 상징색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자성이나 조형적 실험보다는 보편성과 안정감에 무게를 두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세종학당재단 기관 상징 디자인 지침서 작업 과정
개선 작업에 중점을 둔 부분과 특징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로고는 훈민정음 창제 초기에 만들어진 활자 가운데 하나로 정음체의 맥을 잇는 ‘석보상절’ 활자를 바탕으로 지었습니다. 조형적으로 한글의 기본 원형이 담겨 있으면서도 훈민정음에 담긴 정음체보다
모음이 정리돼 있어 형태 면에서 오늘날 한글에 한층 가까우면서도 너그러운 인상을 지녔습니다. 또한 균형미가 탁월해 연령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읽힘으로써 과업의 첫 번째 미션인 가독성을 높이는
목적에 가장 적합했기에 바탕 글꼴로 삼았습니다. 한글을 처음 접하는 많은 이들이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로 이루어진 듯한 문자의 형태에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러한 경쾌한 조형적 특징을 현대적으로
살리되 대칭과 균형을 한층 다듬어 기관의 신뢰감과 안정감을 표현했습니다.
새롭게 개선된 세종학당재단 CI와 세종학당 BI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세종학당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컬러 상징은 황금색과 검은색의 조합으로 ‘권위’와 ‘신뢰감’을 전달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이번에 새롭게 개정한 상징에서는 ‘한국’이라는 출처의 구체성과
고유성을 높이기 위한 색상 계획을 잡았습니다. 태극기로 상징되는 청색과 적색으로 대표성을 머금되 색상 값의 채도와 명도를 한 단계 낮춤으로써 세종학당재단 13년 역사의 안정적인 인상을 도모했습니다.
새로운 상징의 차분하고 낮은 톤은 여러 시각물과 잘 어울리면서도 색상 대비가 강해서 역동성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색상 시스템입니다.
세종학당재단 기관 상징 디자인 지침서 – 색상 설명 내용
안그라픽스는 공공성과 사회화를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철학을 지닌 안그라픽스가 어떤 마음으로 작업에 참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이번 작업을 재단과 함께하게 돼 그야말로 신이 나면서도 동시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작업에 임했습니다. 한글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오늘날, 상징물 개정 작업을 수행하는 일은 마치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어 무대에 오르는 것처럼 긴장되는 일이었습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공공기관의 얼굴로서 세계적 수준의 완성도를 갖춰야 하고, 한글을 배우고 가르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자부심까지 대변할 수
있는 품위와 당당함을 ‘디자인 언어’로 발언하는 프로젝트였다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대표성을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으며 세종학당, 세종학당재단과 소통하는 모든 분께 넉넉하고
반듯한 상징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개선된 CI와 BI가 세종학당재단과 세종학당 활동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하시나요? 대표님의 제언 부탁드립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속에서 한국에 관심이 쏠린 요즘입니다. 한국의 정신이자 뿌리가 담긴 한국어 교육으로 문화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시기를 바라며, 개정된 상징물이 날개가 돼 제 몫을 다 하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