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세종학당재단

[세종학당 사람들] ‘2025 유럽 세종학당 워크숍’에 참가한 진경애 운영요원과의 만남

글쓴이홍보협력팀

태그

작성일 2025-11-28

조회수229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의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개방형 학당 운영’,
‘느린반 운영’ 사례 등을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2025 유럽 세종학당 워크숍’에 참가한
진경애 운영요원과의 만남
지난 11월 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진경애 운영요원은 ‘2025 유럽 세종학당 워크숍’에 참가해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의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우수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대학과 지역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 온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은 개방형 학당 운영, 느린반 운영, 다양한 지역 협력 활동 등을 통해 현지 학습자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왔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워크숍에 참가한 소감과 함께 운영 사례 발표 내용, 그리고 운영요원으로서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진경애 운영요원님! 반갑습니다. 먼저 ‘월간 똑똑’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활동 중이신 세종학당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운영요원 진경애입니다.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은 지난 2021년 7월, 엘테대학교 (Eötvös Loránd University, ELTE)의 독립 운영 체제 아래 시범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엘테대학교는 헝가리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종합대학으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헝가리 지성의 요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헝가리 총리뿐 아니라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Laszlo Krasznahorkai) 역시 엘테대학교 출신이죠. 또한 헝가리 최초로 한국학과가 개설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인지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의 수강생들은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추구하며 학습하고 있습니다.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실용 한국어 2A반’ 학습자들
언어·문화 교류 프로그램 ‘파이팅! 퍼이팅!’ 수업 중
소풍을 즐기고 있는 학습자들
Q.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에서 운영요원으로 활동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현지에서 운영요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운영요원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의 창립 멤버입니다. 당시 엘테대학교 한국학과는 한국어 교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요. 저는 엘테대학 한국학과에 재직하면서 여러 방안을 모색하던 중 체계적인 자료와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교원까지 파견해 주는 세종학당재단의 제도를 알게 됐습니다. 세종학당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국어‧한국문화를 교육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대학 내 한국학과와는 운영 목적이 다릅니다. 그러나 세종학당이 대학 기관으로 들어온다면 학생들이 최고 수준의 한국어‧한국문화를 직접 접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이는 한국학과의 한국어 교육에도 직‧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당시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의 이당권 원장님께서 격려와 지원을 보내주셨고, 엘테대학교 국제관계부총장이자 동아시아학부의 허머르 임레(Hamar Imre) 학부장님께서 학당장직을 맡아 주시면서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이 설립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의 운영요원으로 활동하면서 양국 기관이 요구하는 여러 사항을 조율해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는데요. 양국 기관의 운영 방식을 깊이 이해하게 될수록 해외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문화적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침과 배움은 결코 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일 되새기고 있어요.
지난 2024년, 헝가리 모꼬지(특성화) 행사 중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공간을 찾은 관람객들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한국문화 행사 ‘케이팝 밤’에서
케이팝 퀴즈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Q. 운영요원님께서는 지난 11월 4일, ‘2025 유럽 세종학당 워크숍’에서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우수 사례’를 발표하셨는데요. 특히 발표 내용 중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개방형 학당 운영’ 사례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 운영 사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A. 엘테대학교는 유구한 역사와 다양한 언어 교육(115개 언어 교육, 정규 과정에서는 71개 언어)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한국어 교육과 2006년 한국학과 설립도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엘테대학교 한국학과는 헝가리에서 유일한 한국어 교육기관이었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 요청뿐 아니라 한국어 통역, 한국 기업의 인력 추천 요청 등이 학과로 끊임없이 들어왔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한국 기업의 헝가리 투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한국어 수요도 급격하게 증가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대학에서 이러한 프로젝트에 직접 협력하기에는 인적‧제도적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때 엘테대학교에 설립된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습자들과 헝가리 내 지역사회의 요구를 유연하게 연결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들을 얻기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세종학당은 기업을 알리는 취업 박람회나 견학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은 한국어 학습자뿐 아니라 한국 유학생, 교민, 현지 공공기관과 기업을 아우르는 개방형 네트워크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 유학생과 세종학당 학습자 간의 언어교환 프로그램, 멘토링, 공동 프로젝트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가 직접 참여하는 교육이야말로 세종학당이 지향하는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헝가리 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뿐만 아니라 헝가리 외교부와 삼성SDI 등 주요 기관과 협력하며 세종학당의 역할을 넓히고 한국문화 확산의 접점을 확장해 왔습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한류’의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한국 역사·전통문화·현대문화·미래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관심을 확장시키는 교육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은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서 3년 연속 수상하며 성과를 입증했습니다. 2023년에는 동화 번역·영상 제작 프로젝트, 2024년에는 언어교환 및 멘토링 프로그램, 2025년에는 구체적인 프로젝트 베이스의 확장된 문화교류 활동이 각각 우수 사례로 인정받았습니다.
‘2025 유럽 세종학당 워크숍’에서
세종학당 우수 사례를 발표 중인 진경애 운영요원
지난 2022년 9월,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이 지원한
‘ELTE(엘테대학교) 취업 박람회’ 현장
Q.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은 현지 학습자의 특성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면서 특히 의미 있었던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A. 이번 워크숍에서 우수 사례를 발표한 뒤 여러 세종학당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바로 ‘느린반’ 운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유럽의 학습 환경은 한국어를 취업이나 커리어를 위해 배우는 비중보다 언어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나 한국문화를 깊이 즐기려는 취미형 학습자가 훨씬 많습니다. 이러한 학습자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컸습니다.

세종학당의 표준 한국어 과정은 한 과정이 15주, 60시간 기준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한국어를 처음 접하는 헝가리 학습자들에게는 이 분량이 부담될 수 있고, 한 학기라는 기간도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은 정규 과정의 절반 진도만 진행하되, 문화 활동을 더 풍부하게 포함한 ‘느린반’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예상 이상으로 큰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직장인 학습자는 물론 83세 학습자도 무리 없이 한 과정을 수료하며 성취감을 얻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다음 과정 수강으로 이어졌습니다. 학습의 속도를 조절하니 학습자들은 ‘한국어는 내가 할 수 있는 언어’라는 긍정적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헝가리는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유럽연합(EU)에는 24개의 공식 언어가 존재할 만큼 다양한 언어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은 한국어 교육의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어로 커리어를 만들지 않더라도 학습자들이 작은 성취감과 지속적인 동기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다페스트 세종학당 운영에서 특히 의미 있었던 경험입니다.
‘세종학당 우수 사례 발표’ 우수 학당 시상 모습
워크숍 둘째 날, 운영진 분과 교육에 참여해
강의를 듣고 있는 진경애 운영요원(가운데)
Q. 이번 워크숍은 유럽 각지의 세종학당 관계자(학당장, 운영요원, 교원)들이 함께 모여 교류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유럽 지역의 세종학당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특별한 배움이나 느낀 점이 있으셨나요?
A. 이번 워크숍은 유럽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세종학당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다양한 학당의 운영 방식과 현장 사례를 들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역 상황과 여건은 모두 다르지만 각 학당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자를 지원하는지 듣는 것만으로도 큰 영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깊이 느낀 점은 세종학당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 가는 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개인적인 열정을 바탕으로 학당을 운영해 나가는 분들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줬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하고 있는 분들의 노력과 헌신이 모여 지금의 세종학당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 자리였습니다.
Q. 마지막으로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운영요원으로서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목표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A.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의 목표는 단순히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며 바랐던 것은 더 많은 백성이 배움을 통해 자신의 뜻을 자유롭게 펼치고,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세종학당 역시 오늘날 그 정신을 이어가는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언어로 풀어 말하자면 누구나 배움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서로에게 이로움을 주는 ‘애민(愛民)의 정신’을 실천하는 공간이 바로 세종학당입니다.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이 앞으로도 이러한 가치를 지역사회에 전하고,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계속해 나가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이 학습자에게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배움의 공동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학습자들의 성장과 지역사회와의 연결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 역할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