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제72호

2019년 6월

인터뷰

이정희 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

경희대학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전공 교수

 

20여 년간 한국어교육 현장과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이정희 학회장님은 한국어 교육자야말로 힘들지만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어 교원들의 노력으로 한국어교육이

한 걸음씩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는 이정희 학회장님. 이제는 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으로서 각종 학술대회 개최, 교육과정 연구 등 묵직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2019년도 절반이 지난

6월, 이정희 학회장님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습니다.

 

Q 이정희 학회장님 안녕하세요. 현재 부임하고 계신 국제한국어교육학회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국제한국어교육학회 제17대 회장
이정희입니다. 전 세계 세종학당에 계신 분들을 지면으로나마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리 학회는 1985년에
창립하여 현재 전 세계 26개국 2,226명의 회원들이 있으며, 지금까지 국내외 한국어교육의 양적・질적인 발전을 선도하여 왔습니다. 국내 최고의 학술지로 평가받는 『한국어교육』은
영문호 1호를 포함하여 1년에 5차례 발간되어 학술적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교육 학회 중에서 유일하게 2017년에 사단법인화 과정을 마무리하여 보다
폭넓은 연구 사업 수행을 통해  및 학회의 합리적 운영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우리 학회는 다른 여타 학문 발전의 흐름을 좇아가는 것보다는 교사와 학습자 그리고 언어 교육의

본질에 대해 함께 성찰하고 고민하는 학회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년 봄에는 국내

학술대회를, 여름에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가을에는 ‘한국어교원 전문성 강화 워크숍’,

겨울에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한국어 교원을 위한 ‘지역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함께 매년 해외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계신 분들을 위한 현지 워크숍을

2회 개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싱가포르 국립대학과 슬로바키아 코메니우스대학에서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렇게 우리 학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학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현장에 맞게 구성하여 학회 설립 목적과 취지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Q 지난 4월에 열린 ‘제50차 국제한국어교육학회 봄 학술대회’의 주제는 ‘창의적‧혁신적 교수법을

통한 한국어교육 연구’였습니다. 이러한 주제를 선정한 배경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봄 학술대회의 주제 선정의 배경은 시대 변화에 따른 교육 현장의 준비에 대해 진단해 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한국어 교실 교육을 이끌어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국내 학술대회를 준비하셨던 주무 이사님들의 고민과 노력으로 60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늦은 시간까지

학회장을 떠나지 않고 함께 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제50차 국내 학술대회를 더욱 의미 있게 치를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과 교수요목이 갖춰져 있어도 교수법이 적절하지 않으면 언어 교육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한국어 학습자를 위해 교육 현장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수법들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덕분에 언어 기능 교육뿐만 아니라 문화 교육에서도 플립러닝 등
다양한 교수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습자의 흥미를
높이기 위한 미디어나 애플리케이션 활용 방안 등도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세종학당재단의 사업
결과를 주제로 기획발표도 이루어져 관심 있는 학회원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습니다.

 

Q 작년, 한국은 외국인 유학생 수가 15만 명 시대를 맞았습니다. 경희대학교는 이른 시기부터

한국어교육 전공을 개설하여 한국어교육 전문가를 배출한 학교 중 하나입니다. 경희대학교

한국어교육 전공의 강점은 무엇인지 문의드립니다.

저희 학교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전공은 1998년 3월에 문을 열어 작년 3월에 전공 개설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20년 동안 약 400명의 전공생들을 배출하여 국내 대학과 일본, 싱가포르, 중국, 미국 등 해외 대학의 교수로 성장하거나 국내 대학의 한국어교육 기관에서 교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 대학교 출신 중에 세종학당 파견 교원으로 활동하였거나 현재 활동 중인 분들도

계시고요. 이렇듯이 우리 전공 최대의 강점은 인적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강점은 한국어교육을 전공한 교수들이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대학원의 석사과정 졸업 후 박사과정으로의 진학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교육학이라는 전공에 대한 전문성을 최대한 키울 수 있는 과정이라는 것이지요.

 

Q 올해 1월, 세종학당재단과 국제한국어교육학회는 국외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관련 연구‧자문을

확대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앞으로 재단과 어떤 활동들을 함께 하고 싶으신지요?

세종학당 자체의 교육과정, 교재, 평가체계의 구성은 다른 국가의 자국어 보급기관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훌륭한 내용도 현장 적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수준은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적용을 담당해야 할 교원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어 교원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재단과 우리 학회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당의 교원들이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무슨 교육을 필요로 하는지 요구분석을 실시하고 그에 따른 재교육 프로그램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학회에서 매년 개최하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세종학당 교원을 위한 연수 분과를 만들어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학회에서는 오는 7월, 제29차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틀 동안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17개국 48명의 해외 학자들과 23명의 국내 학자들이 함께 모여
국제학술대회를 진행합니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교실 기반 한국어 평가의 내용과 방법
탐색’인데 세종학당재단의 성취도 평가와 레벨테스트에 대한 내용도 기획 발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종학당 교원들이 함께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면 학술적인 역량과 실제 교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며 전 세계의 학자와 교원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Q 학회장님께서는 ‘세종한국어 회화 교재 개발 사업’과 ‘2018년 세종학당 교육과정 연구’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과 뿌듯했던 점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 연구 모두 큰 의미가 있는 과제였습니다. 먼저 세종한국어 회화 교재의 경우 세종학당재단에서

직접 만든 한국어 교재였기 때문에 세종학당 학습자와 교원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세종학당을 운영, 관리하고 있는 재단 직원들의 목소리까지 모두 담으려고 무척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말하기, 읽기, 듣기, 쓰기 통합이 아닌 말하기와 듣기 능력의 향상을 목표로 하는 회화 교재를

개발함에 있어 개발진인 저희도 처음이라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의 치열한 고민과 토론 그리고 시범사용을 해 주신 교원 분들의 의견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범 사용 후에 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가 월등히 많아지고 질문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발화를

하게 되었다는 의견을 받고 무척 기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2018년 세종학당 교육과정 연구’의

경우 전체적인 교육과정을 재정비하는 것이라 범위도 넓고 해야 할 과제도 너무 많아서 연구원

모두가 과업 기간 내내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세종학당의 온라인, 오프라인 교육과정을 모두 분석하고 이를 다시 재배치해야 했고 비어있는 교육과정도 새롭게 채워나가야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수료증을 발급할 때

부여된 코드만으로도 어떤 과정에서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알 수 있게끔 한 것과 45시간, 60시간, 90시간으로 특정되었던 교육과정을 구간형으로 바꾼 것이 가장 보람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현재도 많은 후학들을 양성하고 계시는데요. 한국어 교육자로서

제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점이 있으신지요?

예, 있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만큼 매력적인 직업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1996년 4월에

한 선배의 권유로 한국어 보조교사를 하다가 그 매력에 빠져서 원래 쓰려고 했던 논문 주제를 한국어 교육으로 바꾸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해 9월에 처음 한국어를 가르쳤던 학생 중에 호주 학생이 있었는데 2013년 경희대 한국어프로그램 개설 20주년 기념식에 졸업생 대표로 축사를

해주었습니다. 당시 호주대사관에서 무역대표를 맡고 있던 대사관 서열 2위의 높은 자리에 있던

분이었어요. 축사는 영어로 해도 된다고 했는데 굳이 한국어로 인사를 하면서 사회를 보고 있는 저를 향해 ‘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저기 계십니다.’라고 말을 해서 눈물이 쏟아질

뻔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한국어 교사를 꿈꾸는 저의 제자들에게 가끔 합니다. 다른 학문은 가르친 보람을
느끼는 것이 가시적이지 않지만 우리가 하는 이 일은 기적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요.
외국인인 제자가 단 몇 주 만에 한국어로 말을 건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요. 물론 이 일이 이렇게 감동만 있는 건 아니지요.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학생의 일상을 보살펴줘야 할 때도 있고요. 같은 급을 여러 번 유급하고 좌절하는
학생들을 냉정하게 대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학생들이 조금씩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익혀나갈 때마다 그 순간을 지켜보는 우리들은 매 순간 감동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일을
직업으로 갖는 것은 흔치 않다고요.